행정팀의 사원 A는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안을 싹싹 긁어모아 폐기처분했다. 뭔가 사내 단합을 도모하고 다른 팀과도 교류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받는 제보가 다 영 이상했다. 이번에 사고 1팀에서 동물원에 출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내 소식지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안 될 일이었다.
특히 1팀과 2팀의 묘한 대립은 워낙 유명한 일이라서, 혹시 그런 관계가 드러난 사원들은 없을까 해서 물어봤다가 정말로 쓸모없는 일만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한두온과 한바다, 두 한 씨에 대한 인터뷰는 용량 낭비 그 자체였다. 사원A는 평소 종종 안건 가지고 다투는 동료를 떠올리며 ‘아무리 그래도 1팀이랑 2팀의 저 두 사람처럼은 싸우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되새겼다.
다음은 사원A의 휴지통에서 몰래 복원시켜 빼낸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555555.hwp
[“사고 2팀에 한바다 씨랑은 왜 그렇게 맨날 싸워요?”]
-음? 저랑 한바다씨요? 왜요? 설마 대표님이 보내신 건 아니죠? 그럼 좀 요란해지는데. 그건 싫거든요. 대표님이 어디까지 신경 쓰시는지 통 모르겠네.
[“그건 아니에요. 사내 소식지라도 만들까 하는데, 두 분 너무 재밌게 싸워서 써볼까 했죠. 그래서 왜 그런 사이가 된 건데요?”]
-아… 그러게요, 시작은 되게 사소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게 언제였지, 바다씨 들어온 지 반 년 쯤 됐을 때였나? 어쩌다가 2팀 사람들이랑 치킨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 집 진짜 맛있었는데. 맨날 삼겹살, 고기 먹다가 오랜만에 치킨 먹으니까 정말……. 큼. 이게 아닌데. 하여튼 치킨을 먹으러 갔었어요. 그런데 주문을 해야 해서, 제가 후라이드랑 마늘을 시키려는데 바다 씨가 양념이랑 간장을 시키자는 거예요. 물론 간장치킨 좋죠! 양념도 좋은데, 근데 한 테이블에 서너 마리를 시킬 수는 없으니까 의견 조율을 보려고 했죠. 이거랑 저거는 궁합이 안 맞는다, 저거는 꼭 필요하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글쎄 후라이드는 다른 애들에 비하면 맛이 덜하다는 겁니다! 아니, 치킨의 가장 핵심 아닙니까.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하면 그야 당연히 후라이드죠! 그래서 너무 양념 맛에 길들여져서 후라이드 본연의 맛을 모른다고 대꾸했다가 티격태격, 옥신각신…. 그 사이에 팀장님이 의견 싹 다 무시하고 반반무많이 먹으라고 시켜버려서 그 일은 그렇게 일단락이 됐어요.
[“하하, 설마 그런 이유로? …정말요?”]
-한번 이런 걸로 조금 틀어지니까 뭘 해도 자꾸 시비가 붙더라고요. 근데 솔직히 저쪽에서 먼저 시작한 거 아니에요? 후라보노를 씹고 있는데 옆에 슥 와서 은단 하나 씹고 가질 않나, 담배 피는데 담배가 천근만근 무거워져서 보니까 이쪽 보면서 땀 뻘뻘 흘리면서 씩 웃고 있고……. 그거에 열 받아서 코카콜라 마시는 앞에서 펩시를 마셔주고 한캔 더! 당첨된거 책상 위에 두고 왔습니다. 저 원래 아무거나 잘 마셨는데 요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펩시 마셔요. 어디 815 안 팔아요? 혹시 파는 편의점 있으면 좀 알려줘요. 아주 앞에서 이단 짓은 다 해줘야지.
[“815 얼마 전에 좀 나오다가 다시 들어간 것 같던데. 이게 아니라… 그러네요. 확실히 두분 되게 속 좁게 싸우는 것… 이런, 미안해요.]
-쪼잔해보이죠? 솔직히 말해도 돼요. 음,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아, 기억난다. 회식 끝나고 나가는 길에 페브리즈가 두 개가 있었어요. 하나는 노란색, 하나는 초록색. 저랑 바다씨랑 딱 눈을 마주치고 재빨리 페브리즈를 골라잡았는데 거기서 또 갈린 거야! 그래서 따뜻한 햇살이나 받고 좀 따뜻해지라고 뿌려줬더니 저한테 계곡의 향기?를 뿌리는 거 아닙니까! 그때 몇 번은 얼굴에 맞았는데 분명 고의입니다. 이거 법정 가지고 갈 수도 있습니다. 사람 얼굴에 뿌리지 마시오, 떡하니 써 있는데! 아, 물론 저도 뿌렸습니다.
[“……시작한 계기만 그런게 아니라 지금도 되게… 음.”]
-예? 지금도 사소하다고요? 허허, 이게 묘하게 신경이 거슬린다니까요.
좋아, 이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한번은 야근 하는 사람 서러운데 간식이나 먹자고 잠깐 나가서 떡볶이랑 순대를 사왔어요. 저 요 앞 포장마차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때 하필 저쪽 팀 당직이 한바다 씨였거든요. 그래도 안 고운 후배 떡 하나 더 준다고 같이 먹자고 불렀는데, 후……. 아니, 순대를 쌈장 아니면 안 먹겠다잖아?! 그런 게 대체 어딨습니까?! 내가 소금에 고춧가루까지 팍팍 쳐왔는데! 그래서 그날 밤에 대판 싸우다가 호출 요청 늦게 보고 또 혼나고….
[“세상에, 출동 늦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은데. 그게 순대때문이었다고요?”]
-야아, 이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죠. 이러다가 바다 씨가 뭐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하던 것도 싫어하게 될 것 같습니다.
[“확실히 기사거리는 안 되겠네요.”]
-기껏 인터뷰 오셨는데 죄송해서 어떡하나. 아, 그래도 제 대신 꼭 좀, 익명의 사원같은 이름으로 게시판에 떡하니 걸어주세요. 한바다 이에 고춧가루 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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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설마 컾게임 곰님이랑 걸릴 거라고는 진짜 생각도 못했다 그냥 그때 맘 가던 사람 찔러볼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거기서 하필 곰님이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ㅏ 너무 웃었는데 곰님 주무셔서 나 혼자 끙끙 앓았다
이게 왜 웃긴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필을 하려면 미루던 관계로그부터 써야겠다고 결심해서 진짜 날림으로라도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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